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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단상

최근 팀에 신입 자리가 생겨 새해 연휴 직전 채용 공고를 올렸다.

알려진 회사도 아니고 연휴 기간에 지원할 사람이 있겠나 싶었는데, 연휴 후 출근해서 깜짝 놀랐다. 130여 명이 지원한 것이다.

이 주 남짓 지나 어제, 아직 채용이 진행 중이지만 공고를 내렸다. 지원자 수 401명. 인사과 없이 우리 팀 3명이 늘어나는 지원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후보군이 좁혀지기도 했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각각 한 명씩 온사이트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 중 한 명에게 오퍼를 줄 예정이다.

지원자들을 스크린하고 인터뷰하며 느낀 점이 있다.

커버레터는 지원자를 스크린하기 가장 좋은 도구이다. 100% 채용이 되는 커버레터는 없지만 100% 스크린되는 커버레터는 있다.

예를 들어,

  • 무성의한 커버레터: 커버레터를 제출하지 않거나 한 문장만 뚝 써놓은 커버레터는 바로 스크린. 지원자가 포지션에 진지한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 채용공고와 맞지 않은 커버레터: 채용하는 포지션이나 직급, 심지어는 회사 이름을 잘못 쓴 커버레터도 있다. 바로 스크린.
  • 채용공고의 요구사항과 상관없는 커버레터: 채용하는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여부이다. 파이썬 언어를 잘 사용하는 게 필수 요건인데, 파이썬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면 스크린.
  • 쿠키커터 커버레터: 회사 이름이나 지원하는 포지션도 언급하지 않고 그대로 수백 군데 회사에 지원할 목적으로 쓴 커버레터. 온라인 양식을 그대로 가져왔는지 똑같은 구조의 커버레터들도 많다. 역시 스크린.

반면 눈길을 끄는 커버레터도 있다. 이런 경우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개인적인 커버레터: 자신이 왜 우리 회사와 팀, 이 포지션에 관심이 있는지 잘 설명한 경우.
  • 맞춤형 커버레터: 무조건 “나 잘났어요”가 아닌, 자신의 경험과 능력이 어떻게 요구사항과 맞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경우.
  • 열정이 느껴지는 커버레터: 배우고 성장하려는 강한 의지가 드러나는 경우. 학교 수업이나 직장 생활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온라인 강의를 수료하거나, 오픈소스 혹은 개인 프로젝트에 기여하거나, 관련 대회에 참가하거나 한 경우.

커버레터는 채용 담당자에게 보내는 연애 편지이다.

연애 편지를 보내며 상대의 이름을 부르지 않거나, 잘못 부르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내 이야기만 한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보냈을 것 같은 성의 없는 편지를 보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대방에게 개인적으로 다가가서 어떻게 자신이 상대방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자신이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지 보여야 되지 않을까?

결론: 연인에게나 채용 담당자에게나 연애 편지를 성의있게 잘 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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