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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두 번 째 책으로 Sheryl Sandberg의 “Lean In”을 마쳤다.

책이 출간되어 한창 이슈일 때는 “여성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에 지나쳤는데, 얼마 전 아내가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 둔 것을 계기로 찾아 읽게 되었다.

페이스북의 COO인 저자는 여성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차별, 편견, 그리고 자책에 대한 경험담과 연구 사례들을 나눈다. 그리고 여성이 직장의 반을 담당하고 남성이 가정의 반을 담당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

Sheryl은 구글 재직 중 첫 임신 후, 남편 Dave에게 만차인 주차장에서 멀리 차를 데고 사무실까지 걷는게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Dave는 자신의 직장 야후에는 임산부를 위한 주차 공간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음 날 Sheryl이 구글 공동 창업자 Sergey를 찾아가 임산부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고 전했고, Sergey는 바로 알았다고 하며 이 문제에 대해 그 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Sheryl은 이 일화를 통해 자신이 직접 겪기 전까지 자신도 임산부 주차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 부끄러웠고, 왜 다른 임산부들은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역시 아내가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겪는 문제와 고민에 대해 무지했다.

첫째 아이가 생겼을 때 나는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았었고, 아내는 이미 6년 경력의 세무 회계사로 딜로이트에서 잘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아내는 출산 후에 출산 휴가를 쓰고 곧 이어 집 근처 3분 거리에 있는 작은 회사 회계 담당으로 직장을 옮겼다. 그나마도 1년 남짓 후에 그만두고 전업 주부가 되었다. 이후 삼둥이가 태어나고 질풍노도의 육아 전투를 거친 후, 집 근처 혼다에 취직을 하였다가 1년 후 다시 그만두었다.

아내가 이렇게 경력보다 가정을 우선시 하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나는 아내가 고맙고 아내의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왜 내가 아니고 아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작년에 마이크로소프트로 옮기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가정 일을 더 챙기고 아내가 직장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불과 몇 달 만에 두 손 들고 말았다. 직장 일을 보통 희생하지 않고는 가정 일을 다 챙길 수가 없었고 나는 그런 희생을 할 준비도 용기도 없었다. 그리고 그 힘든 결정을 다시 한 번 아내가 내리게 되었다.

(“태양의 후예” 중: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

“Lean In”을 읽으며 참 안타깝고 부끄럽고 미안했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마음을 잡고 시작해야겠다. 내가 가정의 반을 감당하고 아내가 직장의 반을 감당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둘 다 가정과 직장에서 우리의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도록 아내를 돕고 지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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