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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Blues 3

[3]

‘곤 이야기를 해줘’ ‘응?’ 고개를 돌려보니 유민이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당황하고 있는 나를 위해 말을 꺼낸 것이리라. 그녀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나를 곤란하게 만든 적이 없다. 언제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며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곤 한다. 나는 그녀의 그런 사랑스러운 배려에 최선을 다해 보답하기 위하여 속으로 ‘미안해 곤’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곤은 말이야,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연인들을 정말정말 싫어해 며칠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 말야 친구와 함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하필 퇴근 시간에 겹쳐 만원 전철을 타게 되었데 발 딛을 틈 없는 그 곳에서 바로 옆에 선 한 커플이 너무 다정하게 굴더라는거야 괜히 심통이 난 곤은 그 자리에서 난데없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어머, 자기야~’ ‘우리 자기, 덥지 않아?’ 라고 호들갑을 떨며 친구녀석 얼굴이며 팔이며 쓰다듬기 시작했데 응? 어떻게 되긴, 그 커플의 애정행각을 멈추게 하는데는 성공한 것은 물론이고 반경 1m안의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비켜주는 바람에 아주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데 뭐, 그 때 함께 있던 친구와는 그 후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된다고는 하더라

하하하하, 곤은 너무 재밌어

유민이 너무나도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는 통에 나는 그녀가 웃음이 멈출 때까지 속으로 ‘미안해 곤’을 서너차례나 더 되뇌여야했다. ‘고마워 곤’도 함께.

곤의 이야기는 그녀를 웃게하는데 있어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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